'한 걸음의 쉼'
다음 여정을 위한 감성적 재충전, 김해공항의 단아한 라운지
긴 여정을 이어가는 여행자에게, 공항은 단지 이동을 위한 통과점이 아니다. 이곳에서의 몇 시간은 때로 낯선 도시의 첫인상이 되기도 하고, 머무른 시간만큼의 기억을 품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김해공항에 새롭게 문을 연 라운지, 한 걸음의 쉼은 바로 그 ‘사이의 시간’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 공간이다.
공간은 조선 시대 철화 백자에서 영감을 받았다. 유백색의 담백한 표면, 그리고 철화 안료 특유의 검붉은 색감이 만나 단아하면서도 강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전통 도자의 절제된 미감을 현대적인 건축 언어로 풀어내며, 공간 전체는 군더더기 없는 선과 마감, 그리고 깊은 여백으로 구성되었다.복잡한 감각은 잠시 쉬어가고, 마음은 자연스레 안정을 찾는다.이 라운지는 '비움'을 기반으로 디자인되었다. 낮게 깔린 가구들과 시선을 방해하지 않는 구조, 자연광이 부드럽게 흘러드는 열린 천장 구조는 몸과 마음을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한다. 모든 것이 절제되어 있지만,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의 감정만큼은 풍부하게 채워지는 느낌이다.김해공항이라는 장소성 또한 공간 안에 은유적으로 담겨 있다. 부산의 바다를 연상시키는 곡선 구조와 은은하게 반사되는 마감재는 수면 위를 스치는 바람처럼 조용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공간을 감싼다. 라운지의 한가운데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치 수평선 끝을 바라보며 조용히 숨을 고르는 듯한 감각이 든다.공항에서의 쉼이 단순한 기능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공간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한 걸음의 쉼은 바로 그 말을 건넨다.

“잠시 쉬어가도 괜찮습니다. 그 여정의 한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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